민주, '장외투쟁 돌입' - 與野 국조권 정국 급속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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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섭 기자
기사입력 2013-08-01 [05:50]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표류 중인 가운데 31일, 민주당이 강공책으로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정원의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증인 채택이 난항을 겪자 '비상체제 돌입'과 함께 장외 투쟁을 전격 선언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민주당 스스로 국정조사를 포기하는 자폭행위"라고 비판하고 맞서며 여야간 심각한 갈등상황을 노출했다.

일단 여야는 증인 채택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국정조사가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을 적어보인다. 그동안 국정원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서 위원들의 제척사유, 국정원 기관보고에 대한 공개 여부 등으로 20여일을 흘려보낸 데 이어 증인 채택이 걸림돌이 되자 야당이 '장외 투쟁'이라는 강경 카드를 선택했고 새누리당도 여기에 쉽게 '굴복'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당 지도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장외투쟁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야의 증인채택 협상이 시한으로 못박은 이날까지 타결되지 않음으로써 '국정원·NLL정국'의 대응력 부재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민주, 긴급 비상의총 열고 후속 대응방안 논의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후속 대응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민주당은 원 전 원장, 김 전 청장에 대한 증인채택과 출석담보가 있어야 국정원 국정조사가 정상화될 수 있고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해 국회내 비상대기를 주문했다. 의원들은 이후 행동방침을 지도부에 위임하고 지도부의 방침에 맞춰 향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국정원 국조특위 여야 간사간의 증인채택과 증인의 출석을 담보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 결과에 따라 장외투쟁 등을 포함한 대여 총공세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원내협상·원외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부로 민주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며 "그동안 추미애 본부장이 이끌어왔던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운동본부'를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로 확대·개편하고 당대표인 제가 본부장을 직접 맡아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직접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내일 국민과 함께 하는 첫 의원총회를 현장에서 개최하겠다"며 서울시청 앞 의원총회를 예고했다.

강경 장외투쟁론 봇물

강경 장외투쟁 필요성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제1야당답게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함은 물론 국민과 함께 대여투쟁을 함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석현 의원은 "국정조사 기한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새누리당이 휴가 가는 게 말이 되냐"며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하자.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목희 의원도 "지금 새누리당은 상식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정당이 아니다. 이럴 경우에는 국민과 지지자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합리적, 비상식적 행태를 계속하면 어쩔 수 있나. 국민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훈 의원은 "지도부의 맹성이 필요하다.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학영 의원은 "장외진지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싸우는 의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 역시 "현재 위기상황이다. 국조를 포기할 수 없지만 강력한 장외투쟁을 동반해야 한다"며 "오늘은 전략전술 전환의 시기가 돼야 한다. 전 지역의 동시 홍보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영선 의원은 "대화록 검찰 수사, 문재인 죽이기가 이미 시작됐다. 모두 촛불에 참여해야 한다. 당 대표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은 "의원들 자신부터가 비장함이 부족하다. 국민적 지지율이 낮으니깐 무시당하는 것이다. 결기를 보여서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 대통령 사과로 투쟁 목표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미 의원은 "오늘 모두 서울에서 국회에서 비상대기 하자. 내일부터 시청 앞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당내 강경파 달래기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1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정상화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선언한 것은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요구해온 당내 강경파의 의견을 수렴해 당내 갈등을 가라앉히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간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대화록 열람·공개 국면을 거치면서 민주당 내에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노무현계 인사들과 온건파로 분류되는 비노무현계 인사들 사이에 이상기류가 나타난 바 있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인사들을 공격하면서 민주당 내 균열이 재차 드러났고 그 결과 최고위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당내 계파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당 대표가 된 김한길 대표로선 더 이상 당내 갈등을 방치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강경파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김 대표가 당내 갈등 해소 수단으로 장외투쟁을 전략적으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대표는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하지 않고 원내협상과 원외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음으로써 온건파도 껴안으려는 정치력을 발휘하려는 의지도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에 끌려온 지도부 비판도

그러나 장외투쟁을 고려할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도부가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며 정국의 주도권을 내준 무기력함을 강하게 지적한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우리당이 무기력하게 새누리당에 끌려가는건 아니냐는 불만이 많았다"며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국조 지지부진한데 순둥이처럼 대응하냐는 울분들이 지지자들 사이에 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홍보단장으로 서운한 점 말하자면 한달간 홍보단 활동에서 지도부 일원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건 지도부가 아무리 원내외 병행이라고 하지만 같이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았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그렇게 강경하게 나올 것을 미리 알았어야 한다. 당연히 국정조사에 응해줄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그 와중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대표회담제의에 대해 솔깃한 것도 잘못이다. 같은 것을 가지고 두 번, 세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밝혔다.

조경태 최고위윈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정국에서 새누리당의 전략에 말린 측면이 없잖아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며 "사실 정쟁을 중단하라는 말씀들이 많이 있지만 민주당이 조금 더 전략적인 고민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여, 야의 장외투쟁은 국조권 포기, '자폭'

 

새누리당은 31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정조사'와 관련, 장외투쟁을 선언한 것에 대해 "이는 국정조사를 민주당 스스로 포기하는 국정조사 자폭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윤상현 원대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장외투쟁의 진짜 의도는 국정조사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키려는 데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터무니 없는 의혹을 확대·재생산하고 대선 불복의 정치공세 장으로 만들려고 하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불리한 판을 뒤집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빈손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빈손을 뒤집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선 계파 후 국회'와 같은 구태의연한 계파 우선주의를 벗어던지는 민주당의 정상화를 촉구한다"며 "민주당이 정상화되지 못한다면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두 지붕 두 가족이 되는 야당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까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협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이는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에서 요구했던 강제동행명령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그런 방법은 없다"며 "사전에 동행명령을 하자는 것은 국회 역사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생은 뒷전' 비판 면하기 어려울 듯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가 결국 중단 위기, 극한 대립을 예고하면서 정작 시급한 민생현안들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게 생겼다. 여야가 대치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치논쟁에만 집중, 정국이 급속히 냉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최근 '손톱 밑 가시 제거 특별위원회(손가위)'를 발족시켰고, 민주당은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 행보를 강화하며 민생 챙기기를 강조해왔지만 당분간 이들 현안 진행은 잠정 중단될 전망이다.

국회가 파행과 공전을 거듭할수록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또한 극대화 될 전망이다. 진실규명과 책임 추궁을 통해 권력기관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제도적 개혁을 이룰 것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멘토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근 여야가 주고받는 말이 격렬하고 공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어지럽게 나타나는 여야 간 대립을 걷어내고 보면 한국 정당정치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나 시민 눈으로 볼 때 정당이 자신 정당만의 특수이익을 추구하는 역할에 너무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s72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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