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허안나 “우, 아~ 세레나 허 계속 사랑해주세요”

‘슈퍼스타 KBS’ 인기스타 허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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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기사입력 2011-03-15 [13:53]


[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 “평소엔 아무도 못 알아봐요. 화장도 안 하고 다녀서. 지금껏 딱 한 분 알아봤나? 편해요. 나이트클럽에서도 마음껏 놀 수 있고. 하하.” 개그콘서트 ‘슈퍼스타 KBS’에서 멀쩡한 동심의 세계를 야시시한 성인버젼으로 만드는 세레나 허가 베일을 벗고 본래 모습인 허안나로 나섰다. 출연할 때의 모습과 실제 모습의 갭이 너무 커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유명세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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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외모 이야기는 자칫 인간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지만, 개그계에서는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비뚤어진 세태를 웃음으로 박박 긁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간 여성 외모를 소재로 한 개그는 뚱뚱한 여자를 놀리거나 못생긴 여자와 예쁜 여자를 비교하는 식이었는데, 세레나 허는 위험한 성인과 순수한 아이의 갭으로 대결구도를 바꾸어버렸다. 그녀의 코너를 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섹시한 비음과 신음 때문에 어리둥절해하지만 곧 노래의 정체를 깨닫게 되면 절로 뻥터지는 자신을 볼 수 있다.

허안나는 “쉬쉬했던 것을 방송에서 대놓고 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며 “섹시한 여자가 망가지는 콘셉트로 반전을 주니까 편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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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허? 사연 있는 캐릭터죠

허안나의 세레나 허는 남성 중심 개그계에서 독립 여성 캐릭터로 자리를 굳힌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 40여명 중 개그우먼은 10여명. 그나마 주로 남자 개그맨을 뒷받침하는 역이 대부분이다. “남자 개그맨들이 꼭지를 구성한 뒤 여자 역할이 필요할 때 개그우먼을 넣는 식이 많아요.”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등 인기 꼭지에 출연했어도 늘 주변인이었던 허안나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과장되고 강인한 캐릭터로 혼자 등장해 꼭지를 이끄는 개그우먼이 됐다.

허안나 개인에게도 세레나 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원래 허안나는 연극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과장으로부터 “연기가 너무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다”란 말에 발끈한 허안나는 가볍고 웃긴 감초 역할만 도맡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세 그녀는 감초 전문 캐릭터가 되었고 그걸 본 담당교수는 “연극보다 개그로 가는 게 더 빨리 성공할 거 같다”라고 조언해주었다.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 무명이었던 그녀는 23살 때 혼자 소극장을 찾아가 공개 오디션을 봤다. 이후 지망생으로서 역량을 쌓던 중, 2008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개콘’ 김석현 피디의 눈에 띄어 특채로 선발, 드디어 정식 코미디언이 됐다.

김석현 피디가 눈여겨 본 것은 바로 허안나의 섹시한 양호 선생님.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김석현 피디는 섹시 양호 선생님에 노래를 접목시켜보라고 했고, 이상덕 작가는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추천했다.

지금 하는 ‘우’, ‘아’, ‘하’ 등의 추임새는 모두 첫 무대에서 부른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구는 숨을 쉰다’고 해서 ‘하~’를 넣었는데 웃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었어요.” 이렇게 하여 ‘세레나 허’가 탄생했다.

그냥 나와 섹시한 몸부림만 치는 것 같지만 세레나 허는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다. 3분 남짓한 분량을 준비하는 데 1주일을 모두 바친다. 가장 신경쓰는 것은 동요 고르기. 1주일에 30~40곡을 듣고 3곡을 정해 편곡하고 안무를 짠 다음 다시 한 곡을 선택한다. 동요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우유 좋아’(우유송)처럼 감정이 있는 가사는 안 된다. “세레나 허가 부르면 섹시하게 들리니까 아무 뜻 없어야 해요. 윤종신의 ‘팥빙수’를 부르고 싶은데 ‘체리 꼭지’라는 가사 때문에 안 됩니다. 피디님이 체리는 야한 과일이라고. 하하.”

맨 처음 1회 때 뭔가 심심한 듯해 세레나 허를 재즈 가수를 꿈꾸다가 에로 배우가 된 여자로 재설정했고, 2회부터 숄을 두르고 노래에 재즈풍을 가미했다. 허안나는 “인물에 사연이 있어야 진심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라며 내심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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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는 개그일 뿐, 욕하진 말아주세요

‘세레나 허’ 하면 외모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최근에는 분장하지 않은 모습이 차차 알려지면서 미모를 나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평범한 외모가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요즘 개그우먼은 예쁘거나 웃기게 생기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몸이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전 이도 저도 아니잖아요. 예쁘거나 못생긴 여자가 망가지면 재미있는데 전 평범한 외모로 망가지니까 소극장에 설 때 비호감이라고 관객들이 얼굴 돌리는 등 싫은 표정을 대놓고 했어요. 옥상 가서 많이 울었죠.”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데 하고 싶은 건 죽기 살기로 하는 성격이 지금의 허안나를 만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통통한 몸매를 강조해보자고 한 것이 세레나 허가 됐어요.”

얌전해 보이는데 개그 이야기만 나오면 온갖 표정을 동원해 설명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렸을 때부터 “끼가 충만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사진 보면 정상적으로 찍은 것이 없어요. 얌전했는데 사진만 찍으면 표정이 이상해졌어요. 중학교 때는 수학여행 가서 트레이닝복 입고 마이클 잭슨 춤춰서 웃겼죠.”

현재 ‘세레나 허’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지만, 반대로 역한 심정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 욕하는 분도 많아요. 게시판에 신음 소리나 내며 웃긴다는 글도 있고, 온 가족이 보는데 무슨 짓이냐는 엄마들의 원성도 자자해요. 다 괜찮은데 제발 절 보고 ‘창녀’라는 말은 말아주세요. 속상합니다.” 털털하고 꾸밈없는 허안나지만 그것만은 꽤나 쌓인 상처가 됐는지 연거푸 언급하면서도 자신이 말한 말에 놀라 얼굴을 붉히며 말꼬리를 흐렸다.

악성 댓글만 빼면 주변 반응은 뜨겁다. 그는 “엄마는 시집갈 생각이 있느냐며 처음에는 어이없어했는데 요즘은 돈을 잘 버니 좋아한다”며 웃었다. “불쑥 전화해서는 오늘 녹화 잘했느냐고 물으시는데 아무래도 편집되어서 돈 못 받을까 봐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하하.” 남자친구들은? “민망한지 별말 안 해요.”

‘세레나 허’로 뜨고 나니 여기저기서 행사도 쏟아진다. 이상하게 결혼식 축가로 여러 군데서 초청받았다. “색다른 결혼식 하고 싶어 저를 섭외한 것이니까 그냥 ‘첫날밤 뜨겁게 보내시라고 노래 한 곡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동물농장’ 불러요. ‘우’, ‘하~’ 하면 어르신들이 놀라면서도 좋아하세요. 하하.”

개인적 인생 굴곡과 사연, 그리고 인기덤을 동시에 안고 있는 ‘세레나 허’. 허안나가 존경하는 선배 조혜련처럼 항상 도전하고 노력하며 계속 웃음행진을 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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