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세무조사서 ‘카작무스 의혹’ 또?

집중추적/ 카작무스 미스터리 대해부

가 -가 +sns공유 더보기

김희정 기자
기사입력 2011-05-09 [10:47]

삼성물산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과거부터 제기되어온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현동 국세청장이 ‘역외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이 부분을 들쳐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세무조사가 정기세무조사여서 특별히 조사하는 사안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재계와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의혹이 수면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     ©운영자

2008년 삼성특검서 김용철변호사 카작무스 ‘상장대박’ 앞두고 지분헐값 매각 의혹 제기

삼성물산 “정기적인 세무조사…1조원 신화 쓴 차용규씨 개인차원의 지분 매입일 뿐”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세청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안은 삼성물산이 위탁경영을 맡았던 카자흐스탄 최대의 구리 제련업체인 ‘카작무스’와 관련이 있다.

삼성물산과 카작무스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08년 경제개혁연대는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카작무스 주식을 저가에 매각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삼성 물산 이사들의 배임혐의 및 이와 관련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특검이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삼성건설의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으로 볼 때 ‘카작무스’ 주식 저가매각도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작무스 지분 헐값매각 의혹

카자흐스탄의 동광산 및 제련업체인 ‘카작무스’는 세계 10위의 구리 채광 및 제련업체이다. 삼성물산은 삼성홍콩과 함께 지분 42.55%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지난 1995년 6월부터 2000년 6월까지 5년간 카작무스를 위탁경영했다. 삼성물산은 자회사인 삼성홍콩과 함께 카작무스 지분을 매입하여 2000년 7월 기준 42.5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었다.

지난 1995년 삼성물산은 당시 회사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 과장으로 근무하던 차용규(54) 과장을 카작무스 위탁관리 사업부장으로 발령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차씨가 카작무스 사업부장으로 발령받은 것은 카자흐스탄측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

당시 카자흐스탄 정부는 풍부한 자원에 비해 낙후된 시설과 경영 노하우 부족으로 최대 구리 제련업체가 위기에 봉착하자 경영을 전문으로 맡아줄 업체를 찾았고 삼성물산은 이를 받아들여 카작무스를 위탁경영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차씨는 삼성물산을 대표해 카작무스 위탁경영 총책임자를 맡게 됐다. 2001년부터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삼성물산은 위탁경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카작무스는 국제 구릿값이 치솟던 2005년 10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억달러가 넘는 거대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삼성은 2001년 10월 일부 지분을 처분한 뒤 상장 1년여 전인 2004년 8월에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매각했다. 당시 국제 구릿값은 t당 2800원대로, 2003년에 견줘 40% 가까이 뛰었을 때였다. 구릿값은 2005년 3600원대, 이후 6700원대로 계속 급상승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상장 계획을 몰랐으며 구릿값이 계속 오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2차 매각에서는 주당 1만9051원에 팔았는데 이는 당시 카작무스의 주당 순자산가치 4만9617원의 절반도 안 되는 액수다. 2004년 6월께 카작무스 주식이 카자흐스탄 증권거래소에서 주당 3만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서도 이해할 수 없는 거래라는 지적이다.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은 이 거래를 통해 각각 212억원과 1191억원 손해를 봤다.

김종윤 삼성물산 경영지원실 부장은 당시 매각 이유를 “당시 카자흐스탄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폐지되고 자원 민족주의가 강해지는 등 사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었다”며 “여기에 신규 광산개발에 드는 막대한 투자비와 인건비 상승, 환경문제 등으로 발을 빼지 않으면 투자 원금도 건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가 매각 논란에 대해 “1차 매각분까지 합치면 전체적으로 이익을 내 당시 본사 재무구조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면서 “나중에 카작무스의 주식이 크게 오른 것을 소급 적용해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개연 “의혹 현재까지 해결된 건 없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매각 상대방이었던 페리 파트너스(Perry Partners)가 삼성물산 직원으로 현지에 파견돼 있던 차용규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차씨는 카작무스의 런던증시 상장 이후 지분을 모두 매각하여 1조원대의 차익을 얻었다. 이에 경개연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으로 볼 때 카작무스 건은 삼성그룹의 전형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으로 보이며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특검의 수사대상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관계자는 3만원이라는 평균 거래가에 비해 낮게 책정된 가격에 주식을 매각한 것과 관련해 “런던 증시의 특성상 장외거래나 비상장사 거래가 없다”며 “평균 3만원이라는 거래가는 형성될 수 없으며 당시 카작무스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한 가격인 1만9051원에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런던 증시에 상장해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회사의 지분을 헐값에 매각한 것이 아니라 위탁경영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적당한 가격을 책정해 지분을 팔고 빠져나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지분 매각을 통해 212억원이라는 손실을 보고 발을 뺏을리 없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212억원이라는 손실은 평가액 대비 장부에 적힌 손실일 뿐”이라며 “카작무스가 구리제련 업체라는 특성상 위탁경영 기간 동안 원부자재 등을 판매해 실질적으로는 이익을 보고 위탁경영을 종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회사와 전혀 관련 없는 일”

삼성물산이 위탁경영 책임자인 차씨에게 싼값에 지분을 매각하고 차씨가 런던증시 이후 거둔 시세차익이 다시 삼성물산의 비자금으로 형성됐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특정 회사에게 지분을 매각한 것은 카작무스의 현지 대표의 요청 때문”이라며 “페리 파트너스사 역시 차씨의 회사가 아닌 카작무스 대표가 소유한 회사여서 그(카작무스 대표)가 특정 회사에게 지분 매각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사정당국 안팎에서 차씨가 카자흐스탄 현지 사업부장으로 발령난 것에도 또다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과장 직급으로 알려진 차씨가 카자흐스탄 현지 위탁법인 책임자로 적합했는지 여부에서 시작되는 이 의문은 차씨가 삼성물산 비자금 조성을 위한 이른바 ‘요원’이 아니었냐는 시각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차씨는 삼성물산에서 프랑크푸르트 법인으로 발령날 당시 과장으로 승진했다”며 “현지 법인에서도 승진에 승진을 커쳐 카작무스 사업부장으로 발령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자금 조성 등이라는 이야기는 호사가들이 하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삼성물산은 차씨 개인적인 문제일 뿐 회사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사를 받는 법인 입장에서 일일이 국세청이 어느 부분을 조사하는 것까지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차씨가 삼성물산을 떠난 것은 8년전인 지난 2003년 초반”이라며 “역외탈세 등으로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차씨 개인 문제를 조사하는 것이지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김희정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시사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