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고액 탈세 비법 대공개

국세청 고액 상습 체납자 ‘발본색원’

가 -가 +sns공유 더보기

고승주 기자
기사입력 2011-06-07 [08:56]

[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 돈은 수백억씩이나 가지고 있으면서 체납의 맛을 들인 고액·상습체납자들이 결국 엄중한 법의 철퇴를 맞았다. 국세청은 5월 25일 고액체납자들로부터 3225억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금을 안 내기 위해 유언장을 조작하고, 고의로 이혼을 하거나, 법률지식을 이용 자신의  재산과 소득흔적을 지우는 등 각종 불법행태를 저지르다가 적발돼 다시금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     © 운영자

 
조세불공정 원인 70%가 부자들의 ‘탈세’라고 응답
고액체납액 3225억 징수…유언장 조작·고의로 이혼도

 
미화 100달러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 건국의 아버지로 유명하지만 세금을 비꼬기는 풍자가로서도 유명세가 높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부과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것을 세금으로 낸다. 우리는 우리의 태만으로 두 배를, 자만심으로 세 배를, 어리석음으로 네 배의 세금을 낸다”고 세금을 꼬집었다. 하지만 과세의 원인을 정부가 아닌 우리 자신을 든 것은 의아하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한 가지 가정으로 간단히 풀이될 수 있다.

만일 월 300만원을 버는 사람과 월 1억원을 버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만일 소득의 10%를 직접세로 징수한다면 같은 비율이라고 하더라도 이 둘이 느끼는 부담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일 1%만 적게 낼 수 있다면 그 이익은 실로 막대하다. 조세는 매사 모든 개인에게 맞춤징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수익창구를 가진 사람은 세무사를 고용 자신에 맞는 세금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절세이다.

하지만 탈세는 성실한 납세자들의 가슴을 치게 하고 조세 근간을 뒤흔드는 무거운 범죄이다. 이러한 의식을 반영하듯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세금이 올라가는 것보다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더 문제’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은 일반국민 503명을 대상으로 조세불공정 원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6.1%가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탈루’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사업자·봉급생활자 간 과세 불형평’(25.4%), ‘편법적 상속·증여’(24.1%), ‘고액 체납’(9.8%)의 답이었다. 과세불형평을 제외하면 70%에 해당하는 인원이 재산가들의 세금탈루를 답으로 꼽은 것이다.
 
3225억 체납 배경은?

최근 국세청은 3225억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난 2월, 국세청은 고액체납에 대해서 16개팀 174명의 대규모 특별전담반을 편성했다. 국세청은 세무서별로 하던 체납처분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집중추적 조사결과 3개월간의 치밀한 추적과 조사 끝에 3000억원이 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의 체납 행태에 억소리가 절로 난다.

변호사 A씨는 소득세를 포함한 25건으로 6억원을 체납하다가 국세청의 그물에 걸렸다. 고도의 법률지식을 가진 A씨가 주목한 것은 권리였다. 세금을 걷으려면 해당 재산이 B씨의 정당한 소유임이 입증 되어야 한다. A씨는 사무집기 등 동산은 체납처분을 할 수 없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고, 수임료는 최대한 현금으로 받아 소득을 은폐했다.

사무실 임차도 보증금 없이 월세로 계약해 사실상 자신이 실상 소유한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장했다. 그러나 금융정보를 일괄조회, A씨와 법률적 의뢰를 한 수임자 582명을 직접 조사한 결과, A씨가 숨긴 소득이 낱낱이 드러났다. A씨는 현재 체납액 6억원을 현금 분납중에 있다.

이혼도 재산은닉의 수단이 된다. B씨는 임대용 부동산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10억원을 체납했다. B씨는 배우자에게 위자료의 명목으로 거액의 부동산을 증여하고 협의 이혼했다. 얼핏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양도대금 추적조사 결과 은닉한 6억원이 발견됐다. 국세청은 이 둘이 법률적으로 이혼했지만, 재산상에서 긴밀한 협조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소득과 소비 및 생활실태를 밀착 조사해 체납을 위한 가장 이혼임을 밝혀냈다.

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있는 C씨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C씨는 이대로 상속받는 경우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납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C씨는 개인이 아닌 회사법인에서 증여받을 경우 체납처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유언장을 조작하다 적발됐다.
 
촘촘한 추적 감시망 구축
 
세금의 부과는 ‘개인이 얼마나 소득을 얻는지’ 외에도 ‘소득과 소유에 대해 소유자로서 적법한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때문에 고소득자들도 ‘과연 국세청이 어떤 재산을 파악하고 조사할 가능성이 있냐’부터 살핀다.

국세청은 개인의 소득과 재산을 관리하기 위하여 국세청통합전산망(이하 TIS, Tax Integrated System)을 이용한다. TIS에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원천징수소득, 부동산 현황 등 개인이 사용한 모든 금융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되며, 이를 토대로 조세행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TIS가 파악하기 어려운 자료들이 있다. 현금이다. 현금은 따로 현금영수증을 발부(발부 즉시 국세청 DB에 등록)하지 않으면 TIS 내역에 잡히지 않는다.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이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반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술품, 귀금속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동산들은 매출이나 상속이나 증여를 해도도 포착 및 관리가 쉽지 않다. 체납자들은 이러한 맹점을 악용한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수법들도 법망에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은닉재산 추적 프로그램’은 이러한 맹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세청에서 개발한 은닉재산 추적 프로그램은 TIS외에도 각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각종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소득, 소유 대비 소비행태를 분석, 재산은닉 여부를 분류하고 체납처분 회피 지수와 등급(A~F)을 부여, 분류한다.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체납자의 선정과 추적조사에 용이하게 활용된다.

국세청 징세과 이석봉 사무관은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소득과 소비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체납과의 전쟁에서 매우 뛰어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석봉 사무관은 “고액체납자들은 소득에 비해 높은 소비행각을 보인다. 소비액수가 커질수록 신용카드와 같이 전자화된 금융정보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은 소득과 소비를 비교분석해 고액체납 대상자를 선정한다. 실제 조사에 들어가면 은닉한 현금, 귀금속과 같은 동산이 잡힌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체납자들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조사관들의 언행에 일일이 흠을 잡아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체납자들이 충돌하고 싶어도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사무관은 “체납자들을 수년~수십년간 조사해온 전문가만이 파견된다. 체납자들이 과격하게 저항을 한다고 해도 조사관들은 국가 원칙에 따라 언행 하나하나를 신중히 대처한다”고 답했다.

국세청은 수십년간 꾸준히 강화시켜온 조사 역량과 전문인력으로 체납과의 전면전에 뛰어들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재산 은닉, 허위 근저당 설정, 명의위장 사업영위 등의 수법을 보이는 고액체납자는 혐의가 드러날 때까지 거듭해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고액체납자에게 5212억원의 세금을 징수한 국세청은 올해는 은닉재산 확보목표를 전년대비 30% 높은 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고승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시사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