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공수처법 통과 이후... 근간 흔든 사법 체계, 조기 안정화가 급하다

가 -가 +

김재순 기자
기사입력 2019-12-31 [12:26]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공수처법안 수정안이 본회의 표결에서 통과됐다.

 지난 한 해 온통 정국을 시끄럽게 했던, '검찰보다 센 괴물'이 마침내 등장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제까지 '가보지 않은 길' '겪어보지 않은 일'을 이제부터 눈으로 목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판검사의 판결·수사행위도 처벌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그 하나다.

 

지난 30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동맹의 범여(汎與)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펼쳐질 새로운 모습들이다.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4+1’의 공수처안 통과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당은 무기명인지, 기명인지 표결 방식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무기명 투표’ 요구가 반대표 155명으로 무산되자 “문희상 사퇴하라”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소리치며 퇴장했다. 개의부터 표결까지 28분 남짓 걸렸다.
 
공수처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기소권을 나눠 갖는 상설 수사기관이다. 시행 준비절차를 거쳐 내년 7월께 신설될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4촌 이내 친인척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부처 장·차관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6500여 명의 고위공직자다. 이 중 경찰·검사·판사에 대해선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 유지도 한다.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같은 사건을 중복 수사할 경우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당은 "무소불위의 초헌법적 기관 탄생"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선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각종 비리 의혹을 비롯해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 관련 검찰 수사는 앞으로 불가능해질 것"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꾸로 수사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여권이 과반(過半)을 앞세워 이날 통과시킨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 등 모든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 개시 보고를 받도록 했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장은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모든 고위직 관련 사건을 취사선택하면서 사건을 키우거나, 반대로 뭉갤 수 있다는 것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공수처 설립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내버려두더라도 그 구성에서도 '괴물' 그대로다. 공수처는 처장과 검사를 모두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정권 기호에 맞는 인사들이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도 당초 '10년 이상 재판·수사·조사 업무 경력'에서 '5년 이상'으로 대폭 낮아졌다. 수사관 역시 '변호사 자격 보유나 조사업무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 등'으로 완화됐다.

 

법조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권 입맛대로 운용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즉 "정권이 검사들 수사와 판사들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엿가락 잣대로 기소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여당은 조국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도 검찰을 향해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았고, 공수처가 설립되면 개별 검사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으로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 김명수 대법원장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판검사들이 수사나 재판을 두려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있다는 점이다. 향후 설립까지 6개월동안 '괴물'이 괴물답지 않게, 건강한 국가 사회기틀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좀더 다듬고 보와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김재순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시사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