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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사람을 옥죄고, 기업을 힘들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오로지 시대상황을 잘 살펴 법을 만들고,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
그렇다. 법은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다.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패가 된다. 물론 모든 일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백성의 자유와 창의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법과 제도는 마땅히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규제혁신, 경제활력 모멘텀 제공
‘신규 규제 한 개에 기존 규제 두 개를 폐지한다.’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의 동력을 얻고 있는 미국 얘기다. 자연 규제 개혁이 이뤄지고 경제는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 정부는 규제 총량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영국에선 새 규제가 생길 때마다 기존 규제가 3개씩 사라진다. 2010년 도입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신규 규제 1건을 만들 때마다 기존 규제도 1건씩 없애는 내용)’ 규제 비용 총량제를 2016년 강화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규제혁신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혁신은 경제활력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당면과제이다. 지난 기간 동안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았다.
한데 현실은 답답하다. 규제 혁파는 요원하다. 아니 더욱 기업을 옥죄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의원들을 찾아 기업 규제 완화를 ‘호소’하곤 했겠는가.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2021년에도 확장 재정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재정 공급으로 경제활력을 높이는 내용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한 것이다. 취약계층 일자리 104만개를 정부가 직접 공급하고, 공공기관을 동원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1.2%포인트 낮춘 -1.1%, 내년 성장률 목표치는 3.2%로 잡았다. 문 대통령은 “2021년을 ‘한국경제 대전환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화려한 구호를 외친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무엇으로 대전환을 이룰 것인지부터 의아하다. 내년 정책방향은 한마디로 ‘빚낸 돈’을 뿌리는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규제를 쏟아내면서 오로지 재정 살포에만 의존하는 정책이니, 무슨 수로 대전환의 시간을 이루겠는가.
재정은 점점 부실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여당이 559조원 규모의 초 슈퍼 예산을 편성한 결과, 내년 말 나랏빚은 956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7.3%로 치솟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런 기조대로라면 국가채무비율이 2040년 100%, 2060년 158.7%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방만한 재정 살포 정책이 조만간 재앙을 낳게 된다는 경고다. 이런 지경에 언제까지 재정 살포에만 매달릴 텐가.
나라 망하려면 법과 제도 많아져
세계는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 이어 이번에는 인도네시아가 파격적인 규제개혁에 나섰다. 78개 법률을 개정해 1200개의 규제를 일괄 철폐하는 ‘일자리창출 특별법’을 시행한다. 기업을 일으켜 경제를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전략이다. 우리는 딴판이다. 기업에 ‘규제족쇄’ 채우기에 급급하다. ‘노조 3법’과 ‘기업규제 3법’도 모자라 여당은 산업재해와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해 징벌적 처벌을 하는 ‘징벌 3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30개 경제단체가 “불가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악법”이라고 반대했지만 귀를 닫고 있다.
전국시대 대표적인 법가인 ‘한비자’는 “균형을 헤아려 법을 만들고 백성을 인도해야 한다(量衡設法率民萌)”며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지기에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世異事殊變處方)”고 말했다. ‘좌전’도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라가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國將亡 必多制)” 기업에 규제족쇄를 채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을 자유롭게 하라. 황종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