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처리’ 꼼수에 고객들만 ‘골탕’

구설수 오른 신세계 ‘생색내기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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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
기사입력 2010-03-22 [09:31]

이마트 ‘가전제품 기획전’ 구 모델 즐비해 소비자 ‘실망’… 결국 ‘땡 처리’인가
물량 확보 안 된 가격인하로 소비자들만 ‘허탈’… 갖은 생색내며 곳간만 불려

 

최근 신세계가 고객들에게 ‘생색내기식 마케팅’을 펼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마트서 지난 11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고 있는 ‘가전제품 기획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가전제품을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한다는 기획전이었으나 알고 보니 대부분의 제품들이 구형 모델이거나 단종된 ‘생색내기용’ 제품들이었던 것. ‘파격할인’ 광고를 보고 이마트를 찾은 고객들만 헛물을 켜게 된 셈이다. 신세계의 이런 ‘생색내기식 마케팅’은 올 초 단행했던 이마트 가격인하서부터도 찾아볼 수 있다. 신세계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격인하를 기습적으로 선언, 물건을 사지 못한 고객들을 속출하게 했다. 또 할인품목도 수만 가지 제품 가운데 불과 50여 가지밖에 지정하지 않았다. 내실 없이 생색만 내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갖은 생색을 내며 곳간을 불리고 있는 신세계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정용진호’가 출항한 신세계는 2년 만에 유통업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영업실적을 따졌을 때 신세계는 총매출 12조7358억 원(영업이익 9139억 원)을 기록해 12조167억 원(영업이익 8785억 원)을 기록한 ‘라이벌’ 롯데쇼핑을 7000억 원 차이로 눌렀다.
 
2005년까지 모든 부문에서 롯데쇼핑에 뒤졌던 신세계의 업계 1위 탈환은 유통업계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가전제품 기획전, 결국 ‘땡처리’?
 
하지만 이 같이 ‘잘 나가고 있는’ 신세계에서 ‘마케팅’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이마트의 마케팅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생색내기식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낚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11일부터 이마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전제품 기획전’을 들 수 있다.
 
이 기획전은 기존 가전제품들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 판매한다는 모토로 계획된 마케팅이다. 한국에선 비싼 축에 속하는 가전제품들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이기에 고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또 ‘믿을 수 있는’ 이마트가 연 기획전이기 때문에 기대치도 상당히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고객들은 허탈감을 금치 못했다. 전시돼 있던 제품들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서 한물간 구 버전 모델이거나 단종된 ‘생색내기용’ 제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전에 전시돼 있는 모 회사의 풀 LED TV를 봐도 단종 모델이라 최신형과는 두께나 선명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모 회사의 냉장고는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이마트 인터넷 몰에서 오히려 더 싸다. 뿐만 아니라 일부 소형 가전제품들은 하이마트나 전자랜드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같기도 했다.

종합해봤을 때 이마트 가전제품 기획전에서 ‘파격할인’은 거의 없었다. 할인을 했다고 해도 구 모델이어서 수요가 많지 않은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신세계가 전단지 등에 제품 모델명을 기재해 놨다고는 하지만 보통 복잡한 영문으로 돼있기에 고객들이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파격할인’이라는 문구만 보고 최근 제품들이 싼 가격에 판매되는 줄만 알고 이마트를 방문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객들이 이마트에 ‘낚인’ 꼴이 됐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 대표이사

가격인하 정책도 마찬가지
 
이 같은 신세계의 ‘생색내기식 마케팅’은 올 초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마트발(發) 가격인하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신세계 이마트는 주요 생필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고객 입장에서 이 같은 대형마트의 가격인하 선언은 분명 반길만한 소식이었다. 신세계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발길을 이마트로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재빨리 움직이지 못한 고객들은 물건을 사지 못한 채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신세계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가격인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가격인하가 실시되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예측이지만 신세계는 이보다 ‘경쟁사보다 먼저’ 만을 중요시 했던 모양이다. 가격인하가 아니라 마치 ‘특별 할인전’과 같은 모양새였다.

가격인하의 내용 역시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들려왔다. 7만여 가지 제품 중 불과 50여 가지만 가격인하 대상이다. 전체의 0.1% 남짓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어디보다 더 싸다’며 갖은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객들이 체감하는 할인율도 그리 높지 않다. 서울 신길4동에 거중 중인 주부 이모씨는 “할인해도 몇 십 원이지 몇 백 원 할인도 아닌데다 또 그렇게 광고하는 것들은 주로 기일이 짧다거나 그래서 별로 와 닿지 않는다”며 “하나 붙어 있으면 그거 보고 사는 거지 그렇게 할인된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객들 입장에선 김새는 일이지만 신세계에게 있어 이는 꽤나 괜찮은 장사다. 가격인하 상품을 구입했든, 하지 못했든 신세계로선 많은 고객들이 이마트를 찾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가격인하 제품들을 사지 못한 고객들이라도 온 김에 계획에도 없던 제품을 사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단 오는 손님이 늘면 사가는 물건도 많아진다는 단순한 논리다.

이는 이마트의 최근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달 말까지 영업이익이 117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자체 영업이익을 낮춰 고객들에게 값싼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공언이 무색할 정도다.

결국 신세계의 전략은 ‘일단 고객들이 오게끔 하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전략이 비판당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신세계의 ‘생색내기’ 마케팅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신세계가 고객들을 ‘낚고’ 있다는 다소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 고객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유통업계 1위’ 신세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유 기자 thec9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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