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체면 어디로… ‘편법’에 빠져 ‘허우적’

잇따른 구설수에 골치 썩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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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
기사입력 2010-03-29 [08:50]

‘짝퉁’ 고객 사은품 뿌려 체면 구긴 롯데百… 영세업체에 고소당해
가락동에선 ‘불법용도변경’ 의혹 뭇매… 광주서도 편법 논란 ‘시끌’

 
▲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최근 롯데가 연달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 롯데백화점에서 지난 1월1일부터 17일까지 나눠준 ‘짝퉁’ 여행용 가방 사은품이다. 실제 한 영세업체가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특허까지 내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던 차였지만 이를 사은품으로 풀어버린 것. 이에 이 영세업체는 롯데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는 롯데슈퍼와 관련해 가락동에서 ‘불법용도변경’ 의혹으로 한창 뭇매를 맞고 있고 광주 지역에선 향토기업 ‘빅마트’를 임대해 소리 소문 없이 ‘간판’만 바꿔 기습 개점, 지역 상인들에게 ‘편법’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답지 않은 모습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롯데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연이은 M&A 성공으로 거대 유통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는 롯데가 덩치에 맞지 않는 행보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 롯데백화점 [사진=뉴시스]

롯데백화점이 ‘짝퉁’ 가방을?
 
그중 대표적인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롯데백화점 소송 건이다. 가방을 제조하는 한 영세업체가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그 과정은 대략 이렇다. 지난 1월에 2주가량 고객 사은품 증정 이벤트를 펼쳤던 롯데백화점은 5만 원 이상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1만5000개의 여행용 가방을 선물로 나눠줬다. 백화점 마케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은품이 모조품, 일명 ‘짝퉁’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기업이라도 모조품을 팔게 되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대기업 롯데가 취급하는 사은품이 ‘짝퉁’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해당 가방은 현재 서울 마포구 가방업체 I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2008년 8월에 특허까지 내고 개당 1만5800원에 판매, 매월 6000만~7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특허까지 낸 자신의 제품들이 대형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뿌려졌다면 그에 대한 손해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오는 5월부터 계획했던 TV 홈쇼핑 판매도 철회했을 정도다.

더구나 I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측의 사은품 소식을 미리 알고 배포 중단을 요구했던 바 있다. 하지만 I사의 요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I사는 지난 2월 말 ‘짝퉁’ 사은품 행사를 벌인 롯데백화점과 가방을 만든 하청업체를 경찰에 고소했다. 자신들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뿐만 아니라 사은품으로 만든 가방들이 바느질이 조잡하고 원단도 좋지 않아 자사 제품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측은 “가방을 제작한 하청업체의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I사의 디자인과 같은 가방을 사은품으로 배포한 건 사실이지만 고의성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리는 꼴이 됐다. 그러나 하청업체의 이야기는 또 다르다. 가방을 제작한 건 자신들이지만 디자인까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있다. 대기업 롯데의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 지난해 7월 가락동 롯데슈퍼 앞에서 지역 상인들이 입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엔 뒤늦게 ‘불법용도변경’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각종 ‘편법 구설수’에 신음
 
이뿐만이 아니다. 가락동에서는 SSM 문제를 두고 ‘편법’ 논란에 휩싸여있는 상태다. 바로 롯데가 불법용도변경을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지난 3월10일, 롯데슈퍼 가락동지점이 문을 열었다. 이 지점은 지난해 7월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일시정지 권고를 받았던 곳으로 아직까지도 지역 상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다.

이런 와중에 롯데가 불법용도변경을 통해 입점을 강행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롯데슈퍼 가락동지점 건물은 약 700㎡ 규모의 식당으로 근린생활시설군에 속했지만, 1000㎡ 이상의 판매시설로 바뀌면서 용도가 영업시설군에 속하게 돼 용도변경 허가 대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가 이를 관할 구청으로부터 허가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송파구청은 현재 롯데 측에 1차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 향후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강제이행 부과 예고, 경찰서 고발 조치 순의 절차를 밟게 된다.

지역 상인들의 분노도 크다. 대기업 롯데가 중소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것에 모자라 기본적인 법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성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위법한 영업 개시를 중단하고 사업조정신청 재심의 절차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향후 시정명령 이행의 추이를 살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롯데의 이 같은 편법들이 가뜩이나 분노에 찬 지역 상인들에게 기름을 붓는 셈이 됐다.

또한 지난해 12월 광주에서는 롯데가 향토기업을 이용, 롯데슈퍼를 기습 입점 시켜 또 한 번의 편법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19일 새벽, 광주지역 향토기업인 ‘빅마트’의 간판을 소리 소문 없이 ‘롯데슈퍼’로 바꿔 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SSM의 지역상권 진입에 논란이 빚어지자 롯데가 이를 피하기 위해 ‘빅마트’ 3곳을 임대, 입점을 강행했던 것이다.

이에 지역 상인들은 “롯데가 이번 입점이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라며 “때문에 일부러 언론 보도가 되지 않는 토요일(19일) 새벽에 간판만 바꾸는 형식으로 입점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즉,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간판’만 바꾼 편법 입점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편법’ 논란에 롯데 측은 “내놓고 오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입점이 2주 정도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롯데 측의 해명에도 지역 상인들의 분노는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롯데는 편법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지난 2월엔 영세 가방업체에 고소까지 당하는 등 체면도 많이 구겼다. 최근 연이은 M&A 성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롯데이기에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덩치에 맞는 진정한 ‘유통대기업’의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유 기자 thec9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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