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이 토종 브랜드 삼켰다

한컴-쌈지 왜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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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
기사입력 2010-04-19 [09:10]

한컴- 대표이사 횡령에 상장폐지 위기 몰려
쌈지- 무리한 사업 확장에 최종 부도처리

 

최근 국내 토종브랜드들이 잇단 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국민SW기업’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현재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고, ‘토종패션브랜드’인 ‘쌈지’는 아예 최종 부도 처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컴은 영업이익률 31.1%, 순이익 144억 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었지만 실질적 주인인 김영민, 김영익 형제의 횡령 혐의 때문에 상장 폐지 심사대까지 오르는 신세가 됐다. 반면에 쌈지는 ‘딸기’ 등의 캐릭터와 지갑, 가방 등의 잡화로 패션시장을 이끌며 영화 제작까지 시도하는 등 사업 영업을 확장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독이 돼 최종 부도 처리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물론 위기를 자초한 이유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토종브랜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들이 한순간에 휘청거리는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상장 폐지 심사, 최종 부도 등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컴과 쌈지에 대해 살펴봤다.
 
‘국민SW 기업’으로 유명한 ‘한컴’이 최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파장이 일고 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분투해왔던 한컴이기에 충격은 배가 됐다.
 
▲ 횡령혐의로 검찰 수사 받은 김영익 한컴 대표이사    

한컴, 횡령사건으로 ‘얼룩’
 
한컴은 지난해 매출 486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 영업이익률 31.3%, 순이익 144억 원을 기록했다. 이정도면 그야말로 알짜기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난 1일, 한국거래소는 이런 한컴을 상장폐지 심사 대상으로 결정하고 “횡령배임으로 인한 재무적 손실 규모, 코스닥 시장상장 규정상 상장폐지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상폐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올 초 시끄러웠던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가 한컴의 상장폐지 심사 대상 결정에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이야기다. 한컴에 따르면 김영익 대표 등 특수관계인 4명은 35억 원을 횡령, 350억 원에 해당하는 배임을 발생시켰다. 230억 원은 관계사 대여금으로 지급하고 120억 원은 셀런에스엔 주식 취득에 활용됐다.

이들은 셀런, 티지에너지 등의 관계사들로부터 셀런에스엔 경영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계열사들을 지원했고 이것이 결국 한컴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게 핵심이다. 이미 횡령금액은 지난해 말 모두 회수됐지만 이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상장폐지 심사 결정은 그간 많은 굴곡을 겪었던 한컴의 역사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1996년 IT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등록돼 ‘국민SW 기업’이라는 별칭을 가지게 된 한컴은 국내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이동이 매우 잦았다. 한컴의 경영권은 이찬진 대표에서부터 시작해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 티티엠, 넥스젠캐피탈, 서울시스템, 프라임그룹을 거쳐 현재 셀런에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잦은 경영권 이동은 한컴에게 독이 됐다. 그 중 ‘실질적 주인’에 의한 횡령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한컴은 바로 전 주인이었던 프라임그룹 오너들에 의한 횡령 사건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은 바 있다. 거기다 이번 김영익 대표의 횡령 사건까지 합해져 ‘횡령 전문 기업’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쓰게 될 판이다. 이런 한컴의 ‘얼룩진’ 역사도 이번 상장폐지 심사 대상 결정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쌈지가 2004년 조성한 서울 인사동 ‘쌈지길’ [사진=뉴시스]    

쌈지, 위기 관리 능력 부재
 
한컴의 위기 소식에 이어 지난 7일엔 토종 패션잡화브랜드인 ‘쌈지’가 최종 부도 처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발행한 4억4600만원 규모의 약속어음을 막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쌈지의 최종 부도 발생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거래 정지 기간을 7일로 변경, 4월8일부터 16일까지의 정리매매 기간을 공시했다. 그동안 발생한 잦은 어음 위변조 사건, 조회공시 신고 시한 위반, 사업보고서 기한 내 미제출, 부도설 등으로 인한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뢰도 저하가 문제가 됐다.

이런 신뢰도 문제를 야기한 건 쌈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때문이라는 해석들이 많다. 한국 밀레니엄 상품에 캐릭터 사업의 산물인 ‘딸기’가 선정되는 등 긍정적인 요소도 많았으나, 2004년 ‘쌈지길’, 2005년 중국 진출, 2006년 신규브랜드 ‘낸시랭 라인’, 2007년 ‘evenBETTER' 등을 론칭하며 점점 사세를 확장해나간 게 타격이 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쌈지는 2007년 3월 영화 제작 및 DVD 유통회사 흡수 합병해 영상사업 부문에 진출했고, 같은 해 10월엔 미술품 경매 사업에까지 진출하는 무리수를 뒀다.

결국 덩치를 감당하지 못한 쌈지는 매출감소 및 적자경영으로 돌입했고, 주가가 급락하며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이번 부도도 지난해 발행한 약속어음을 막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론 쌈지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2001년 대한민국 디자인 및 브랜드 대상에서 ‘브랜드 경영부문 우수상’을 받으며 ‘잘 나갔던’ 시절과 대비되는 ‘처참한 말로’이기에 동종 업계의 시선이 씁쓸해 보인다.

한컴과 쌈지. 어떻게 보면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위기 상황 역시 그 종류가 조금 다르다. 한컴은 대표이사들의 잇단 횡령 사건이 문제가 됐고, 쌈지는 무리한 사세 확장이 문제가 됐다. 결국 한컴은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라는 ‘굴욕’을 경험하고 있고, 쌈지는 최종 부도 처리돼 상장폐지라는 아픔을 겪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의 위기와 몰락이 향후 다른 토종브랜드들에게도 여파가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다. 가뜩이나 코스닥 시장에서 사업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져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잇단 토종브랜드들의 위기가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저하해 향후 국내 중소기업들을 외면하는 사태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토종브랜드들에게 있어 ‘전환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김정유 기자 thec9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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