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건설사 배불렸나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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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
기사입력 2010-04-26 [12:48]

경실련 특혜 의혹 제기… 국토부 “사실 무근” 반박
현산 등 관련 기업 “경실련, 보는 관점 달라” 주장  

 
▲ 지난해 7월 개통된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개통된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최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4월15일 제기했던 ‘특혜 의혹’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경실련은 비싼 통행료로 말이 많던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비용이 부풀려졌다며 정부와 건설사들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높은 가격으로 공사비를 약정한 건설사들이 하청업체의 공사 단가를 깎아 양쪽으로 수익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묵인한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의 직무유기 및 부패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라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듯하다. 이 때문인지 국토부는 반박 보도 자료까지 내며 의혹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들의 혈세가 건설사들의 배불리기에 사용됐다는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 집중 해부했다.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했던 강촌, 춘천 등을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는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지난해 7월 개통됐다. 착공 당시부터 최초의 민간제안 민자사업으로 유명세를 얻은 서울춘천고속도로는 그동안 꾸불꾸불한 국도나 기차를 타고 가야만 했던 곳들을 손쉽게 왕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곧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건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 서울춘천고속도로의 기본요금은 5900원. km당 96.09원이다. km당 57.9원인 제2영동고속도로 등 타 민자고속도로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또한 미사리~화도 13.6km는 km당 요금이 121.16원으로 같은 고속도로 구간 내에서도 들쑥날쑥하다.
 
 
공사비 부풀려 잇속 챙기기

 
이 같은 불만들이 점점 쌓이자 지난 4월15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춘천고속도로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은 비싼 통행료 문제를 두고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공사비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건설사(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롯데건설, 한일건설, 고려개발)들이 부풀려진 공사비용으로 부당이득을 취했고, 이에 대한 책임은 국민들이 비싼 통행료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어 정부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보상비 4562억 원, 건설자금 5023억 원을 합쳐 9585억 원을 무상 지원했고, 정부금융보증금인 9714억 원까지 포함하면 총사업비의 85.6%를 투자했다.
 
결국 민간투자액은 겨우 14.4%(3238억 원)에 불과하다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사업자들인 건설사들이 부풀어진 공사비를 이용해 하청업체엔 가격 경쟁을 시켜 저가로 공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나온 차익인 6652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무려 약정이윤(1008억 원)의 6.6배에 달하는 규모다.
 
경실련이 주목하는 것은 ‘이 과정을 정부가 과연 몰랐느냐’에 대한 것이다. 경실련은 이 같은 공사비 부풀리기에 정부와 건설사 간의 어떤 ‘입맞춤’이 있었을 것이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곧바로 반박 보도 자료를 내며 해당 의혹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경실련이 의혹을 제기한 정부금융보증금에 대해서도 “사업자가 자기 책임으로 금융기관서 차입한 것”이라며 “정부에선 보증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부여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지난 2002년 제3자공고 등 객관적인 절차로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약정이윤과 해당 건설사들이 거둔 실제이윤의 차이는 “약정이윤이란 건 국가계약법령상 ‘예정가격산정기준’에 따른 금액 산출일 뿐이고 실제이윤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국토부의 해명은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건설사들의 ‘입’이 돼 그들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박성진 간사는 “국토부의 반박 자료를 보니 대부분 근거가 없다.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보인다”며 “최근 신용보증기금 쪽에 ‘보증’기록을 입수했다. 1조원 정도의 대출약정서를 확보했는데 현재 앞부분 공개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 이를 해결한 후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기업 ‘특혜 의혹’ 반박


신용보증기금은 정부에 의해 설립된 특수 법인이다. 결국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돈을 차입했다면 이는 곧 정부와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를 정부금융보증금으로 보게 되면 정부 투자액이 무려 85.6%로 높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논리는 해당 건설사들이 국민 혈세를 가지고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경실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정부가 보증을 선 적이 없다. 정부와는 전혀 연관 없다”고 극구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자 컨소시엄에서 가장 많은 출자자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을 들어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보증을 선 적 없다는 국토부와 주장과는 그 뉘앙스가 약간 달랐다.

현대산업개발 측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 선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보증을 섰다해도 이를 지원금으로 보는 경실련의 시각이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다시 파악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실련 측에서 사업자들이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계산법의 차이다. 자재, 측량비, 기타 부대비용을 원청업체에서 부담했는데 경실련에선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즉 경실련이 모든 것을 비율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관점’의 차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사업자와 이용자, 그리고 정부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민자사업은 민간이 정부를 대신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즉 민자사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 ‘국민들의 편의’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춘천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민자사업의 의미 자체를 반(反)하는 셈이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모든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짊어지게 된다. 비싼 통행료에 한 번 울고, 자신들이 낸 세금이 건설사들의 잇속 챙기기에 사용됐다는 것에 두 번 울게 되는 셈이다. 또한 이를 묵인한 국토부의 직무유기 및 부패 여부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향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건설사 간 불거진 이번 특혜 의혹이 확실히 밝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김정유 기자 thec9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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