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스포츠마케팅'에 빠지다

4대 그룹 해외 ‘스포츠마케팅’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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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
기사입력 2010-04-26 [12:58]

해외 축구팀 스폰서부터 월드컵 공식 후원사까지
美 골프·레이싱 등 ‘현지화 전략’ 스타 집중 지원  

 
▲ FIFA의 공식스폰서가 된 현대-기아차   [사진=공식홈페이지]

국내 대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특히 재계 순위 1~4위에 해당하는 삼성, 현대-기아차, LG, SK그룹이 더욱 열성이다. 삼성은 지난해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첼시’의 공식 스폰서를 3년 연장한데 이어 최근엔 미국의 최고 인기 자동차경주 ‘나스카’ 대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2010남아공월드컵 스폰서에 이어 지난 2월 거액을 들여 미국 슈퍼볼 광고를 추진해 눈길을 끈다. LG 역시 잉글랜드 축구팀 ‘풀럼’과 스폰서 계약을 맺은 상태이며 미국 대학농구를 후원, 5000만 달러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 반면 SK는 해외 스포츠마케팅은 전무한 상태지만 스타급 선수 후원을 통한 2차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무대에서 뛰는 최나연을 비롯해 여러 골퍼들을 후원하며 조금씩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바야흐로 스포츠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2010년, 국내 대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2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밴쿠버올림픽. 많은 국민들이 선수들과 희비를 함께 하며 스포츠에 열광했다. 선수들은 일약 스타가 됐고, 비인기종목에 큰 관심들이 쏟아졌다. 이런 관심들은 결국 최근 논란이 된 ‘쇼트트랙 담합 파문’을 수면 위에 올려놓는 힘을 발휘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많은 이들의 생각을 획일화하거나 혹은 분산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스포츠가 정치적인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강력한 힘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에게 있어 스포츠는 상상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금싸라기땅’이나 마찬가지다.
 
▲ 삼성전자가 4년 연속 단독 후원하고 있는 ‘나스카’ (사진=삼성전자 제공)    

4대 그룹의 ‘스포츠마케팅’
 
최근 재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오는 6월 개최되는 2010남아공월드컵까지,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인 스포츠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재계 순위 1위를 자랑하는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2005년 6월 5000만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첼시’를 후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스폰서 계약을 3년 연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첼시는 유니폼 앞에 ‘SAMSUNG' 로고를 박아 삼성전자를 유럽 시장서 독보적인 가전 업체로 입지를 굳히게 도와줬다. 또한 2010남아공월드컵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더욱 뜨거워진 유럽인들의 축구 열기는 삼성전자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축구 열기도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축구는 그다지 인기 있는 스포츠기 아니기 때문.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서 인기 있는 자동차경주대회 ‘나스카’를 최근 4년 연속으로 단독 후원하기로 했다. 나스카는 F-1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개조차량 경주대회로 매년 8500만 명의 미국민들이 경기를 시청하는 최고의 스포츠이벤트다. 대회 공식 명칭도 ‘삼성 모바일 500’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북미 휴대폰 시장에서 1위로 부상한 이유를 이 나스카 후원으로 들고 있을 정도다.

재계 2위 현대·기아차는 스포츠마케팅으론 삼성을 앞지를 정도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를 2007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공식 후원하기로 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은 물론, 다음 대회인 2014브라질월드컵,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대륙간컵 대회 등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현대·기아차에게 2010년은 ‘기회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이벤트인 월드컵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미국에선 또 다른 스포츠로 승부를 걸고 있다. 바로 골프다. 철저하게 미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를 공략한다는 계산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미국 LPGA 타이틀 스폰서, 하반기엔 PGA 후원으로 스포츠마케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거기다 지난 2월엔 약 130억~140억 원에 달하는 슈퍼볼 광고까지 진행했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이긴 했지만 이에 따른 홍보 효과도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LG 역시 우선적으로 축구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설기현 선수가 뛰었던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풀럼’과의 스폰서 계약은 물론이고, 2007년엔 중남미의 ‘코파아메리카 대회’까지 공식 후원했다. 축구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에 우선순위를 둔 셈이다. 하지만 LG 역시 미국 시장에 대한 ‘맞춤화 마케팅’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건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농구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3D TV 마케팅이다.

LG전자는 대회 경기장과 제품 체험존 등에 3D TV를 대거 설치, 주관 방송사인 CBS의 3D 생중계 영상을 방송했고 경기 중간에 LG로고를 반복 노출함으로써 브랜드를 홍보했다. LG전자는 이번 마케팅에 5000만 달러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반면 SK는 앞서 언급한 대기업들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국내 스포츠마케팅에만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LG 등과 같이 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대신 국내 스포츠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SK는 따로 ‘SK스포츠단’을 운영하며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국내 스포츠 스타들을 집중 후원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의 스타 박태환 선수를 비롯해 지난해 9월 두 번의 LPGA 우승으로 기량이 만발하고 있는 ‘얼짱 골퍼’ 최나연 선수, 역시 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인비 선수, 남자 골프의 자존심 ‘탱크’ 최경주 선수 등을 후원 중이다.
 
굳이 직접적인 해외 스포츠마케팅을 하지 않더라도 세계적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후원만으로도 충분한 2차적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1995년 박세리 선수를 후원한 삼성이 대략 1억7000만 달러의 광고 효과를 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대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이면 유럽, 미국이면 미국, 철저하게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에 접근하는 ‘맞춤화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효과도 대단하다. 보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 네임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뇌리 속에 기억되기 쉽다. 박지성 선수가 입었던 2005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유니폼에 새겨진 ‘보다폰’이라는 브랜드가 국내 팬들에게 친숙해진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의 해’인 2010년, 스포츠마케팅에 흠뻑 빠진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을 지 자못 기대된다.  
 
김정유 기자 thec9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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