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앞서는 세상… 이젠 SW싸움이다

특별기획/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의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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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
기사입력 2010-05-03 [11:29]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 1조 달러 넘어 비약적 성장
삼성 등 국내 기업 하드웨어 개발에 머물러 한계

 
▲ 최근 한국에 ‘아이폰 쇼크’를 건네준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사진=뉴시스]

‘쇼크’, 그야말로 쇼크다. 바다 건너 날아온 애플의 ‘아이폰’에 의해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예전 IT강국을 자평했던 한국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문화 충격이 따로 없다. 한국은 아이폰이 국내 상륙 5개월 만에 약 50만대가 팔려나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아이폰 점유율이 높아진 나라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2년 전부터 ‘IT 홀대론’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등한시해 왔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 순위에서 세계 유수 기업에 비해 한참 뒤처진 것은 물론  적색등마저 켜졌다. 지식경제부 안에서 옛 정보통신부 인력들이 모여 ‘IT 정책 자문단’을 구성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정통부의 부활을 제안하고 나설 정도다. 삼성과 LG 등 여러 대기업들이 하드웨어 부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이 많다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혁신적 소프트웨어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의  IT강국은 오간데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시사코리아>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혁신적 소프트웨어들의 반란, 그리고 이런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현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총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지난해 11월 드디어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새로운 기기에 열광했다. 국내에 출시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50만대 판매 기록을 돌파했다. 이뿐 아니다. 기존의 휴대폰 시장 강자였던 삼성과 LG 등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비단 휴대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3D 열풍을 몰고 왔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단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트위터’, 그리고 전 세계인들을 UCC 도가니로 빠지게 만들었던 ‘유튜브’ 등이 많은 이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장본인들이다. 스마트폰서부터 동영상 공유 사이트까지, 종목도 다양하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의 성공은 바로 창조적 아이디어 및 전략에서 나온 혁신적 ‘소프트웨어’ 때문이라는 것.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02년 이후 하드웨어 시장을 추월, 2008년엔 전체 IT시장의 3분의 1 규모인 1조 달러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세계시장에서 1.8%를 겨우 넘을 정도다. 매우 빈약한 수치다. 이것이 ‘아이폰 쇼크’를 겪고 있는 현재 한국 기업의 현주소다.

이는 바꿔 말해 국내 기업들이 더 이상 하드웨어 차원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SW 심장’을 뛰게 만든, 동시에 전 세계를 열광케 한 혁신적 소프트웨어 기술은 어떻게 개발되었을까.
 
타깃의 세분화, RIM사의 ‘블랙베리’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아이폰이 아니라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사의 ‘블랙베리 커브’다. ‘블랙베리’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2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56%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RIM은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09년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이었던 RIM은 처음부터 ‘블랙베리’의 주요 타깃을 ‘비즈니스맨’으로 잡았다. 이미 어린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방대한 소비층을 가지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나온 건 바로 실시간 메일송수신 기능. 바쁜 비즈니스맨들에게 ‘블랙베리’의 뛰어난 메일송수신 기능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E-메일이 손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 선택과 집중이 그야말로 잘 이뤄진 경우다.

RIM의 비즈니스맨 공략은 거침없이 계속됐다. 인터넷 발달로 문서 내지 정보의 보안이 중요해진 만큼 RIM은 ‘보안성’ 높은 소프트웨어로 시장을 공략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블랙베리’의 보안기술이 ‘무선통신 보안 분야의 표준’이라고 일컬을 정도였다. 소프트웨어의 승리였다.

실제로 RIM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원 수가 하드웨어 쪽보다 무려 2배 정도 많다. 소프트웨어 인력들도 세분화해 최적의 능률을 보이게끔 만들어준다. 소프트웨어 연구원 중 40%는 핵심 소프트웨어 설계 및 기획을 맡고 있고, 다른 40%는 테스트와 문서 부분, 그리고 나머지 20%는 경영과 사무직에 종사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이 RIM이 소프트웨어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자신들의 강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 자신들의 가장 큰 경쟁력인 ‘보안성’을 유지, 주요 고객층에 더욱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RIM의 소프트웨어 사랑은 ‘블랙베리’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며 4100만 명의 사용자를 형성하게 한 글로벌 스탠다드폰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RIM의 성공 원인은 소프트웨어 외적인 부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다. 실제로 RIM의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는 고급 인력들이 대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별화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Healthy@RIM program’을 통해 헬스클럽 멤버십, 건강 검진, 마사지 등을 제공해 직접 인력들의 건강을 관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용된 인재들에게 주요 결정권까지 부과해 성취감을 높였다. 이런 RIM의 인재 관리 전략은 2006년 캐나다 헤드헌팅 기업인 Waterstone사의 ‘Canada's 10 Most Admired Corporate Cultures’으로 선정되며 빛을 발했다. 인재들을 위한 작업환경 조성과 낮은 이직률이 대외적으로도 높이 평가된 셈이다.
 
▲ RIM의 공동 CEO인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와 짐 밸실리(Jim Balsillie)    

▲ 지난해까지 미국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블랙베리 커브’    


식을 줄 모르는 ‘트위터’ 열풍
 
앞서 언급한 아이폰, 블랙베리 등의 스마트폰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이들을 열광케 한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트위터’다.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내 재계의 거물들도 최근 트위터에 흠뻑 빠져 있다.

트위터는 블로그의 인터페이스와 미니 홈페이지의 ‘친구 맺기’ 기능, 메신저 기능을 한데 모아놓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한 번에 140자를 쓸 수 있도록 제한된 단문 서비스다.

사실 최근의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그 시작은 상당히 미약했다. 직원 수도 약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창업 3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08년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총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구글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 약 6년의 시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상승세다.

트위터는 한 30대 개발자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됐다. 창업자 중 한 명인 잭 도시(Jack Dorsey)는 ‘SMS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웹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친구들이 전화할 때마다 "What are you doing?"이라고 매번 물어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여기에 또 다른 개발자인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이를 구체화시킴으로서 트위터의 신화를 만들어갔다. 하나의 조그만 아이디어가 현재의 트위터를 만들어낸 셈이다.

트위터의 성공 전략은 단순함과 개방성에 있다. 기존 블로그와 같이 장문의 글을 고심하며 쓸 필요가 없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안부 인사처럼 그저 140자 내의 단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유저들로 하여금 글에 대한 압박감을 들지 않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타 온라인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전파력도 하나의 성공 요인이다. 자신의 메시지를 다수의 상대방이 받은 후 이를 또 그들의 구독자에게 전파함으로써 상상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 일어난 미국 허드슨강 항공기 추락 사건과 최근 이란서 발생한 유혈 시위 사태에서 보여준 트위터의 활약상은 이 같은 성공 요인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다.

다양하고 높은 접근성도 트위터의 장점이자 전략이다. 지난해 트위터를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실행한 ‘Sysomos Inc.’에 따르면 50% 이상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트위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쓰거나 휴대폰 등 모바일로 접속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 접근성을 최대화한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맞물려서 생각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마케팅 전략도 적중했다.
 
기본적으로 트위터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를 오마바 대통령 같은 유명인이 사용한다면 일반인들이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건 자명한 사실. 트위터는 이런 군중의 심리를 이용해 ‘누구누구가 트위터를 시작했다’는 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갔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들 유명인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구축해나감으로써 점점 트위터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최근 국내 여러 기업들이 트위터를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맨 처음 트위터를 개발하게 된 아이디어를 제공한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    

▲ 트위터 초기 화면 모습

UCC 열풍의 주역 ‘유튜브’
 
지난해 한국의 인기 걸 그룹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했다. 그 어렵다던 미국 시장의 ‘빌보드 챠트 100’ 안에 드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시아 가수들이 인지도를 쌓기 어려워 번번이 오르지 못했던 그 장벽을 허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그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전 세계에 UCC 열풍을 불게한 장본인이다. 유튜브는 2005년 2월 페이팔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Chad Meredith Hurley), 스티브 첸(Steve Shih Chen), 자웨드 카림(Jawed Karim) 등 세 사람이 공동으로 설립, 2006년 10월 구글에 무려 16만5000만 달러로 매각됐다.

유튜브 이전의 사회에선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이 온라인에 동영상을 올리기 위한 쉬운 방법이 많지 않았다. 유튜브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놓고 개발을 시작했다.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환경, 즉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고 몇 분 안에 수백만 명이 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렇듯 유튜브 전략의 가장 핵심은 ‘사용자 편의’였다.

이는 유튜브의 ‘콘텐츠 검증기술’과 그대로 연결된다. 사용자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쉽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시 제공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안심하고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게 됐다. 즉, 사용자들을 위한 환경 조성이 최우선이 됐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자동 번역 기능을 추가해 언어 장벽을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했고 자막과 캡션 기능도 추가, 동영상의 주목도를 높이기도 했다.

유튜브는 이런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서비스를 얼마나 ‘특별하게’ 만드느냐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질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파트너사의 영입이었다. 기본적인 동영상 놀이 이외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잠재고객들을 확보해나갔다. 에비앙, 캐드버리, 네슬레, 나이키, 현대차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유튜브의 파트너가 돼 가며 서로 ‘윈윈’해 나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유튜브의 최우선의 철칙은 ‘사용자 편의’다. 유튜브가 선보이는 테스트튜브 역시 마찬가지. 여기서 선보인 기능들은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수정된다. 실제로 이런 사용자들의 반응에 유튜브는 지난 1월엔 동영상 보기 페이지를 개편하기도 했다. 유튜브가 창업 1년 만에 타임지의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환경. 냉정하게 말하자면 유튜브는 그저 사용자들이 마음껏 뛰어 놀 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것뿐인데 그런 ‘자유로움’이 전 세계를 UCC 열풍에 휩싸이게 만든 셈이다. 그야말로 소프트웨어의 승리라고 표현할 만하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UN의 시민대사가 되줄 것을 주문하는 온라인 영상 메시지를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Steve Shih Chen) [사진=뉴시스]    
김정유 기자 thec9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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