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매는 ‘스팽킹’ 아니야!

은밀한 충격 성생활 SM

가 -가 +

김영환 기자
기사입력 2011-05-09 [09:22]

 
[시사코리아=김영환기자] “사랑해? 더 때려줘!” 1999년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화제의 영화 ‘거짓말’. 영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지만, 맞을수록 혹은 때릴수록 흥분을 하는 커플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게 했다. 당시에는 원작자가 구속될 정도로 논란이 빚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풍속도 바뀌는 법. 일각에서 은밀히 사랑의 매를 즐겨오고 있다고 한다. 때리는 것도 사랑일까? 사랑의 한계까지 쾌락을 갈구하는 스팽킹의 세계를 살펴보았다.
 
▲     © 운영자
 
구타는 절대 금지… 사랑의 매를 사랑하는 ‘스팽킹
그들만의 리그에서 파트너 찾아…찰떡궁합 만나면 장기간 관계

 
SM(새디즘-매저키즘)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예와 주인으로 신분을 확고하게 정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복종을 바치는 이들은 평소 자신에게 가해진 무게감을 벗고 상대에 의탁하면서 해방감에서 쾌감을 느낀다. 반면 무자비한 가학을 하는 이들도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복욕을 유감없이 발휘해 상대방을 꿇게 하는 것을 노린다.

둘 다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노리는 것이다. 이러한 SM 성행위에서 스팽킹(spanking)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스팽킹은 손바닥이나 특정한 도구를 이용,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때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참여자들은 성적 흥분은 물론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고 한다.
 
주인과 노예의 조합은 철칙
 
현재 스팽킹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은밀히 확산되고 있다. 취재결과 일부 카페의 경우에는 회원수만 수천 명이 넘어서면서 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하며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남녀 상대를 찾고 있다.

보통 일반적으로 SM을 즐기는 사람들은 네 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권력을 가진 주인은 ‘돔’(Dominance), 그런 지배자에게 복종하는 노예는 ‘섭’(Submission)이라고 하고 남자는 ‘멜’(Male), 여자는 ‘펨’(Female)으로 불린다. 따라서 이 각각의 취향에 따라 남자 주인은 ‘멜돔’, 여자 주인은 ‘펨돔’, 남자 노예는 ‘멜섭’, 여자 노예는 ‘펨섭’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들 각자의 성적 정체성은 매우 분명하고 확고해서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에겐 자신의 상대가 될 만한 적절한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그 상대방 역시 그 역할 자체가 자신의 성적 취향에 맞기 때문에 충분히 ‘윈-윈’을 할 수 있다.

반면 예외도 있는데 이는 양쪽의 성향 모두를 다 할 수 있는 부류로 보통 스위치(Switch)라고 불린다. SM취향이 전혀 아닌 사람들은 ‘바닐라’라고 부른다. 달기만 했지 독특한 개성이 없는 바닐라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마치 자석처럼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하고는 여럿 만나서 관계를 가져도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과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남녀 상관없이 반드시 주인과 노예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SM 세계의 철칙이다.

파트너를 찾기 위한 이들의 간절한 소망은 인터넷의 게시판을 통해서 표출된다. “멜섭 하실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장난은 사절하고 진심으로 하실 분을 원합니다. 저는 주로 엉덩이를 때립니다. 혹시라도 다른 부위에 쾌감을 느끼는 분들은 말씀해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초리의 종류는 제가 즐겨쓰는 걸로 할 거구요, 상처 안 남는 새로운 제품이니 부담 없으실 겁니다. 장난은 절대 사절입니다.”(네티즌 H)

“멜돔 구합니다. 저는 신촌 쪽에 살구요, 장소는 어디든지 OK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이면 좋겠습니다. 강도나 수위는 서로 합의해서 정했으면 합니다. 저는 스팽킹을 진심으로 대하는 여성입니다. 그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쯤은 아시는 분이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네티즌 K)
 
노하우 배우러 일본원정
 
일반인들의 눈에는 이들의 행태가 변태나 미친 짓쯤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위의 한 네티즌의 말처럼 사랑이라고 표현된다. 비록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노예에게 무한정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스팽킹은 절대로 구타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SM 마니아들의 동일한 인식이다. 쾌감을 느낄 만큼 엄하지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랑과 배려가 매에 깃들어 있어야 진정한 스팽킹이라고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매에는 분노가 들어있지 않다. 오직 숨막힐 듯한 엄격한 규율의 처벌만이 존재한다.

이 까페의 한 회원은 이렇게 자신의 경험담을 술회했다.

“스팽킹을 하는 여대생을 찾아 헤맨지 한 달째 드디어 하드한 플레이를 좋아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외모는 곱상했지만 플레이만큼은 극강이라고 할 정도였다. 가녀린 몸매 뒤로 그런 놀라운 열정이 숨어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40대 정도를 맞았을 때는 더 이상 맞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발라주는 연고에 더욱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도 그날의 플레이에 충분히 만족한 듯 느껴졌고 우리는 상처가 아문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SM 혹은 스팽킹 마니아들은 한국만을 무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 취향에 대해 우리보다는 관대한 일본 등으로 관광여행을 떠나기도 한다는 것. 이들은 현지 잡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스킬이나 노하우를 배울 뿐만 아니라 돌아올 때는 관련 물품은 물론 각종 DVD 등을 한아름 사가지고 온다고 한다.

일본어를 못하는 사람은 유학생들을 가이드로 쓰기도 하는데 유학생 가이드 역시 SM 성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야만 서로 민망하지 않게 관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정상?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만약 이들 모두가 성인이고 타인들에게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굳이 그들을 제재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비록 변태적인 행위이긴 하지만 각자의 성적 취향을 찾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성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1992년 ‘즐거운 사라’를 쓴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징역형을 받을 시 당시 판사는 판결문에 “이 판결이 불과 10년 후에는 비웃음거리가 될 지도 모르겠으나, 자신은 판사로써 현재의 법 감정에 따라 판결할 수 밖에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 판결은 그대로 사실이 되었다. 지금 즐거운 사라에서 꼬투리를 잡을 사람은 없다.

1997년 소설가 장정일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구속되기까지 했지만, 작품이 지적하고 있는 ‘무분별한 성행위가 문제가 아니다. 돈을 위해 수없는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는 사기와 횡령을 묵인하면서도 정작 개인의 본능을 억누르는 사회가 문제’란 주제는 아직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 일각에서는 스팽킹을 즐기는 이들을 ‘정신병’으로 몰아가지만, 정작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범죄라면 모를까 정상·비정상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기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쾌락은 언제나 일상적인 규준을 벗어나는 일탈감에 기인한다. SM매니아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본질은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환 기자 sisa@sisakorea.kr
 
김영환 기자 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시사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