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익어가는 늦가을, 창연한 빛깔과 향긋한 흙내음을 마음에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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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환기자
기사입력 2019-11-13 [08:50]

 

 

 

 

 

[시사코리아 오인환편집국장] 단풍 빛깔이 한층 짙어진 가을.

 

계절의 끝자락 산들은 붉은빛으로 울긋불긋한 자태를 뽐내고, 은빛을 담은 억새 물결이 일렁인다.

강변에선 줄지어 선 나무는 오색 터널을 만들고 있다,

여울이 반짝이는 물가에 찬 서리가 하얗게 수놓은 자리엔 이내 시들어 숨죽인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애처롭다.

어느 시인은“11월을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가을은 소리 없이 왔다 슬며시 사라지는 계절이다.

시간이 지나면 단풍은 제 색을 찾아 물들고 조용히 낙엽을 떨어뜨린다.

먼저 떨어지는 낙엽은 오늘은 내가 지지만 다음은 네 차례라고 외친다.

 

그처럼 숨죽여 떨고 있는 늦가을 낙엽에 시선이 고정되는 건 우리 내 치열한 삶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일까.

옷깃을 자꾸 여미게 하는 가을바람에 빛바랜 단풍잎의 바삭거림이 그저 멋쩍을 뿐이다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은 보통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시간과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11월을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도 한다.

 

아직은 희망이 남아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져 가는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을 못내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텅 빈 내면의 들판과 마주 서게 되고 그곳에서 심오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늦가을에 내려오는 찬바람이 익어가는 자연을 마주하며 황혼의 시간이 서럽게 한다. 어쩌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 사랑이 무르익기까지는 이렇게 긴 세월이 필요했나보다.

 

진정한 사랑이란 자연의 이치와 같이 미처 채우지 못하고 서서히 익어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화려했던 모든 것 떠나보내고 그림자만 덩그러니 남은 한적한 늦가을.

 

모든 걸 정지시켜 버린 계절만 야속하게 나무랄 수만 없다

자연은 자연이 가고자 하는 길을 예정된 순서대로 갈 뿐이다.

떠나야 할 때 떠나는 것이 섭리이고 이치다.

 

우리네 마음 깊은 곳에서도 슬픔과 기쁨이 그러하고, 미움과 사랑이 그러하다.

이제 미운 인연도 안아주며 자연과 같이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랑으로 가는 가을에 모두와 화해하자.

그리고 걱정과 욕심은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창연한 빛깔과 향긋한 흙내음의 배려와 감사를 마음에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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