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민주당만 빼고 투표’ 칼럼 임미리 고발한 민주당을 '고발'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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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순 기자
기사입력 2020-02-14 [08:06]

 


최근 ‘민주당만 빼고 투표’ 하라는 칼럼을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많은 국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표출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촛불열망으로 집권한 세력이 촛불정신은 잊은 채 정권 이해에 골몰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탄식을 하는 가슴 저 밑바닥의 심정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언제나 선거 뒤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들이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기를 바랬던 기대감에 그 정도는 여느때보다도 심하게 느낄 법하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당시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란 얘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차악 외에는 달리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 우리의 불행이기도 했다. 그것도 모르고 스스로 최선입네 하며 우쭐대고 교만해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가 더 걱정이다.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밝혔다. 그가 서글퍼하는 것은 '반성할 줄 모르는' 민주당일 것이다. 반성하고 고쳐나가기만 하면 될 것인데 그걸 못하는 집권세력이란 생각이 화를 나게 할 법하다.

 

SNS에서는 '나를 고발하라'는 운동이 퍼져나간다. 안철수 전 대표도 '나를 고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진보계의 정의당 등 정치권은 당장 고발 취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디 신문의 칼럼은 원래 정당과 정부 등 권력층에 날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고,  그런 공간이 허용되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민주당의 작태가 '표현의 자류'를 억압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에서다.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낙선운동으로 재미 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대수롭지 않게 흘러넘길 수도 있을 칼럼 '민주당만 빼고 투표'를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알게 됐으니,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잘못된 면과 그들의 오만을 알게 됐으니 사태가 더 악화된 셈이다. 바닥의 민심을 타고 자칫 이번 4.15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나 '나를 고발하라'는 말이 정말 민주당만 빼고 제 정당의 선거구호로 번져나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죽하면 이낙연 후보가 당 관계자에게 고소취하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을까. 이 후보뿐만이 아니다. 당내에서도 비판론이 대두한다. 민주당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인 허영일 전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너무 옹졸한 모습이다. 즉시 취소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아무리 선거 시기이고 칼럼 내용이 불편하더라도 법적 대응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긁어 부스럼만 만들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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