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춘추] ‘접종 후진국’으로 전락 처지

가 -가 +

운영자
기사입력 2020-12-09 [15:33]

 

생명의 가치. 가장 고귀하다. 사람에게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다고 하잖은가. 목숨이 유지돼야 개인 행복도, 공동체를 위한 봉사도 가능하다. 물론 생명은 정신이 기본이며, 몸은 정신이 깃들 수 있는 도구다. 정신을 지나치게 쓰면 생명이 고갈되고, 몸을 너무 혹사하면 쉽게 늙고 병든다. 우선순위는 있다. ‘건강한 체력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맞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지 않은가

 

코로나19로 실종된 일상인데

 

작금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동안 누렸던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예컨대 잃어버린 일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추수에 대한 감사와 계절의 순한을 감동으로 맞이해야 할 때가 아니던가. 지인 간, 동창 간, 친인척 간 모임을 예전처럼 하지 못했다. 하긴 실종된 일상이 어디 이뿐이랴.

그나마 안심되는 바는 대한민국의 방역 성과다. 구미 각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유세 행사에 참석해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한국의 인구 당 사망자가 미국의 1.3%에 불과한 것은 그들의 정부가 자신의 업무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K방역은 각 국가에서 방역시스템을 전수받기 원할 정도로 코로나19 대응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경험에 기반을 둔 효과적인 행정과 민주적인 소통 구조 등에 힘입어 다른 선진 외국과 달리 전국적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이 민간 중심 의료체계의 우수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근거로는 공공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19에 의한 사망률이 한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들며, 이러한 결과가 한국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가 유럽 선진국의 공공의료체계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첨단 의료기술로 무장한 미국의 의료체계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확진자와 사망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어야 함에도 결과는 그렇지 않다. 결국, 공공성이 강한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유럽에서 사망률이 높게 나온 것은 중환자 병상이나 치료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초기방역 실패로 인하여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병상이 유럽보다 많다고는 하지만 사망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구 천 명당 중환자 병상을 따져보면 유럽이 훨씬 더 많다. 의사와 간호사 인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많다. 결국 미국·유럽 등 여러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핵심은 초기 대응에 있었던 것이다.

 

선진국 종식 선언할 때 접종 시작

 

문제는 정부가 백신 확보과정에서 전략 부재와 무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경쟁국들이 앞다퉈 백신 선구매에 나서는 사이 정부는 K방역 성과에 도취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예방률 70%에다 안전성도 불투명한 아스트라제네카만 내년 상반기 도입이 확정됐을 뿐 최고 효과를 지닌 화이자·모더나 등은 주요국들이 싹쓸이한 탓에 도입 시기가 불투명하다. 확보 물량도 우리 인구의 88%에 그쳐 인구의 25배가량 확보한 미국·일본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영국이 8일 세계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과 독일, 벨기에, 스웨덴 등이 11일부터 순차적으로 접종 대열에 합류한다.

이 추세라면 미국·유럽이 이르면 내년 4, 늦어도 하반기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때 백신 접종에 나설 판이다. K방역으로 찬사를 받던 우리나라가 졸지에 접종 후진국으로 전락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나라는 생활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3차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등과 같이 감염병 진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도별 감염병을 전담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확보해 진료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한다. 이제라도 백신 및 치료제 긴급대응팀을 꾸려 글로벌 유수 제약사를 접촉, 빠른 시일 내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 국내 개발도 서둘러야겠다. 시간이 없다. / 황종택·칼럼니스트  

 

운영자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텔레그램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시사코리아. All rights reserved.